
봉덕시장
대구광역시 남구 봉덕동에는 봉덕시장이라는 전통시장이 있다. 주소는 남구 봉덕로 115이며, 남구청과 남구의회가 자리한 남구 행정의 중심지인 봉덕동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뒷받침해 온 이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변화를 함께 지켜본 장소이기도 하다.

시장의 시작
봉덕시장의 출발점은 한국전쟁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중 대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모여들었고, 동시에 미8군 사령부를 비롯한 군사시설들이 인근에 집결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피난민들은 생계를 잇기 위해 가지고 있던 생활필수품들을 시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고, 인근에 주둔한 미군 부대의 PX를 통해 흘러나온 군용 물자들도 이 시장을 통해 유통되었다. 씨레이션, 담요, 재봉틀, 프라이팬 등 갖가지 구제품과 군수 보급품들이 시장 안을 채웠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봉덕시장은 1955년 5월 25일 공설 소매시장으로 정식 개장하였다. 이는 대구광역시 남구 지역에 처음으로 들어선 재래시장이었다. 개장 당시에는 모든 종류의 생활필수품을 취급하는 종합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했으며, 특히 미군용 물자를 다루는 곳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성장과 변화
1969년 봉덕시장은 현대화를 전제로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이후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상가주택이 들어섰고, 1972년에는 사설 시장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러한 정비를 바탕으로 봉덕시장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가장 번성한 시기를 맞이하였다. 이 시기 봉덕시장은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이른바 대구의 4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큰 규모와 영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유통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이 빠르게 자리를 넓혀가면서, 한때 화려했던 봉덕시장의 경기도 예전만 못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는 봉덕시장만의 문제는 아니며, 전국 곳곳의 전통시장들이 함께 겪어온 변화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봉덕시장은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2004년에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였다. 이를 통해 비나 눈을 피해 편하게 시장을 둘러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고, 차를 가지고 오는 손님들도 이용에 큰 불편이 없도록 정비하였다. 장애인을 위한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하고, 출입구에 턱을 없애 휠체어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점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시장의 오늘
현재 봉덕시장은 149개의 점포가 모여 있는 중형 규모의 시장으로, 상가와 주택이 함께 어우러진 상가주택복합형 시장의 형태를 띠고 있다. 영업시간은 대략 오전 8시 무렵부터 저녁 9시 무렵까지로 알려져 있으나, 점포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의류, 분식, 각종 채소, 생선, 고기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품목을 취급하고 있으며, 온누리상품권과 전자상품권도 사용할 수 있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시장의 분위기는 현대적인 모습과 옛 모습이 한데 섞여 있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오래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과 새롭게 자리를 잡은 가게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전통시장이 시대에 맞춰 변화하면서도, 본래의 정취를 일정 부분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네 속의 시장
봉덕시장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봉덕동이라는 동네의 일상과 깊이 맞닿아 있다. 시장 뒤편으로는 오래된 주택가가 자리하고 있고, 신천대로 방향으로는 강변 코오롱하늘채, 강변 효성백년가약과 같은 대단지 아파트들도 들어서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주거지가 시장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는 점은, 봉덕시장이 오랜 시간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일대는 남구청과 남구의회가 있는 행정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봉덕시장과 남구청네거리 사이의 골목에는 한동안 봉덕2동행정복지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이 지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행정복지센터는 철거를 앞두게 되었고, 2025년 7월에는 봉덕시장 건너편에 임시 청사가 새로 문을 열기도 했다. 이처럼 시장 주변 지역은 재개발 등의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봉덕시장의 모습에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봉덕시장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 한 시대의 번영을 함께 누리고, 또 다른 시대의 변화를 함께 견뎌온 공간이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시장은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넘어, 봉덕동 주민들의 일상이 쌓여온 장소로 존재해 왔다. 시설은 낡고 새로워지기를 반복했지만, 시장이 동네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의 생활을 지탱해 온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도 봉덕시장은 크고 화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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